외환은행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2003년 8월13일.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임원간담회에서 A이사는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측의 신재하 전무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A이사는 모건스탠리가 너무 외환은행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협상에 임해 스스로 가격을 낮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A이사는 "작년 말 장부가에 비해 실사 후 낮아진 가치를 가지고 하는 것은 딜(deal)의 올바른 순서가 아니다.

평가시 코스트(비용) 요인은 올리고 수익요인은 낮춘 것은 너무 비관적(Pessimistic)으로 본 것이다.

이는 딜 성사를 위해 너무 낮게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매각성사로 60억원의 수수료를 챙겨가게 될 모건스탠리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런 정황은 이어지는 이사회 회의록에서도 목격된다.

8월26일 이사회 간담회에서 한 이사가 "현재 주가가 4000원이 넘는 상황에서 평균 4250원에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신 전무는 "저희쪽(모건스탠리)이 실사한 결과 지금 많이 봐야 주당 가치가 2150원이 나온다.

장부가의 두 배를 받은 것은 프리미엄이 그만큼 들어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신주 발행만으로 51%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론스타가) 신주만으로 51%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1조750억원이 아니라 1조 몇천억원이 필요하지만 외환은행 경영을 위해 1조 몇천억원은 필요하지 않다.

펀드 입장에서는 ROA(총자산이익률)가 중요하기 때문에 과다한 투자는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론스타측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같았다.

액면가 이하 주식발행의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신 전무는 "법적으로 2650원 이상이면 어떤 가격으로도 발행할 수 있으며 3자 배정시에는 시장가격에서 10% DC(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 없다"고 답했다.

논란이 됐던 미국법인 폐쇄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그는 "미주 영업은 가격에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만약 매각에 포함된다면)차라리 저쪽(론스타)에서 가격을 깎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묵살해 버렸다.

현재 신 전무는 당시 재경부 매각담당 주역이었던 변양호씨가 이끄는 보고펀드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