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시 빈하이 국제공항 인근 지역이 상전벽해처럼 변했다.

1년 반 전만 해도 주택들이 밀집되고 진흙탕으로 지저분했던 이 지역엔 철조망이 둘러쳐진 '보세구 물류 가공구'라는 간판 아래 바닥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이다.

6개월 전 빈하이의 핵심지역인 TEDA(경제기술개발구)에서 TEDA 서구를 잇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생겼다. 이 도로 양쪽은 잡초만 무성한 드넓은 땅이다. 하지만 도로 양쪽으로 솟아오른 고압 전신주는 전력 인프라를 갖추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톈진시의 노력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 도시 톈진의 '빈하이 신구(新區)'가 '제2의 푸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일 톈진시 영빈관엔 30여명이 넘는 외신기자들이 몰렸다.

장리창 톈진시 서기장의 기자회견을 듣기위해서였다.

그는 "중앙 정부가 80년대 남부 선전과 90년대 상하이의 푸둥을 잇는 '제3의 성장엔진'으로 톈진의 빈하이 신구를 본격 개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는 11차5개년(2006~2010년) 규획(계획)안을 통과시키면서 톈진의 빈하이 신구 개발을 국가종합발전 전략에 포함시켰다.

장 서기는 첨단제조업과 물류 산업을 집중 육성해 북방의 경제 중심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빈하이 신구에 5000억위안(62조5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난 10여년간 투자된 규모(2000억위안)의 2.5배에 이른다.

이 지역 외자유치액도 향후 5년간 목표액을 지난 10여년간의 187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200억달러로 잡았다.

톈진시의 안내로 찾아간 삼성전자 캠코더 공장에서 만난 김성식 법인장은 "올해 연구인력을 182명으로 62% 늘리고 내년에도 100명을 추가해 CCTV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톈진시가 첨단제조업 육성과 함께 내세우는 연구기지 건설의 대표 사례인 셈이다.

톈진시가 육성키로 한 7대 첨단제조업엔 전자정보뿐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생명공학 등도 포함돼 있다.

금호타이어가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타이어 공장도 한 사례다.

금호타이어 톈진법인의 여봉구 부장은 "시 정부가 임시 사무소를 마련해줄 만큼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측면도 있지만 3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톈진항의 확충으로 물류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톈진시는 2010년까지 30㎢의 항구를 1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빈하이 신구 개발 기대감으로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신한은행 빈하이 지점이 임대로 입주한 사무실(330㎡)은 작년 초 3억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올해 초 대만업체에 4억원에 팔렸다.

공성민 지점장은 "11층짜리 이 건물에 신한은행 한 곳만 입주해 있지만 가격은 급등세를 타고 있다"며 "빈하이 지역 주택가격도 2~3년 전 ㎡당 3000위안에서 7000위안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동북아 물류 허브를 꿈꾸는 한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톈진 빈하이 신구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톈진=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