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이 가전 유통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1조5000억원이었던 이마트 등 할인점 7개사의 가전 매출이 작년 말 2조4000억원으로 증가,전자전문점(2조5200억원) 주도의 가전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덕분에 프리미엄 가전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앉는 등 가전 시장에도‘할인점 효과’과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편되는 가전 유통시장

가전 유통시장의 첫번째 '큰손'은 여전히 하이마트 등 전자전문점이다.

지난해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각각 1조9800억원과 54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총 2조52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여기에 디지털프라자 등 제조회사 전속점(2조2000억원)과 테크노마트,용산 전자상가 등에 입점해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매출(2조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할인점업계가 가전제품 취급 범위를 넓혀나가면서 이들 전문점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것.업체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마트 8500억원 △홈플러스 4500억원 △롯데마트 3000억원 △까르푸 3000억원 △월마트·GS마트·메가마트 3개사 합계 5000억원에 각각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할인점은 가전제품 판매 증가세에서 전문점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할인점 '빅3'의 올 1분기 가전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0% 안팎인 데 비해 하이마트는 10% 증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지윤 이마트 가전담당 과장은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디지털 가전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30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가시화하는 '할인점 효과'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가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할인점의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작년 11월 이마트에서 200만원대였던 트윈홈바 양문형 냉장고 680ℓ급 모델 판매가격이 올 2월엔 170만원대로 떨어졌다.

정 과장은 "제조업체들이 할인점 고객을 겨냥해 모델 교체 시기를 단축하고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조금씩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창구 롯데마트 가전담당 과장은 "할인점의 바잉 파워(구매력)가 증대되면서 할인점 전용 모델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할인점마다 기획행사나 창립행사를 통해 제조사가 사전에 대량으로 기획한 제품을 공급받아 정상가보다 15%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병수 하이마트 상무는 그러나 "집객력에서 할인점이 앞설지 모르지만 하이마트는 점포 수가 250개로 이마트의 3배가 넘는 등 지리적인 근접성에다 판매사원의 전문성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