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도 없다.

그렇지만 늘 불평을 듣는 것이 날씨다.

요즘처럼 황사가 기승을 부리기라도 하면 모두가 호흡기질환을 염려하며 짜증스러워 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날씨와 연관지어 건강을 챙기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날씨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특정기후가 오래 지속되거나 기상현상이 반복되는 주기가 짧아질 때 면역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편두통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날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도 밝혀졌다.

건강날씨를 소상히 알리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날씨채널'이 유럽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케이블 TV로 올라선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일 게다.

독일 전역은 물론 이웃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지로도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있는데,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시청자를 위한 맞춤정보도 제공할 정도다.

우리 기상청도 최근 건강예보를 시작했다.

천식과 뇌졸중,피부질환,폐질환 등을 보통·주의·위험의 3등급으로 구분해 발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하루 환자등록수 통계를 넘겨받아 기온·습도·오존·황사 등을 종합한 관측자료를 대입해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날씨를 예측하면 어느 정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데,다행히도 우리는 농업을 중시해 온 덕에 무척이나 날씨에 민감한 편이었다.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며 또는 하늘의 변화를 보며 기후를 점쳤던 일은 뛰어난 일기예보였다.

지렁이가 땅밖으로 나오고,개구리가 울고,개미가 진을 치면 비가 올 징조로 생각했다.

거미가 집을 지으면 날씨가 맑다는 전조로 여겼다.

달무리와 아침 무지개가 나타나면 비가 오고,저녁 노을은 다음날 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지고 보면 날씨에 대한 관심을 건강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바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기후는 더욱 변덕스러워지고 있다.

날씨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지혜가 아쉬운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