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여기서 더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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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튀밥 튀기듯 벚나무들,
공중 가득 흰 꽃팝 튀겨놓은 날
잠시 세상 그만두고
그 아래로 휴가갈 일이다
눈감으면;
꽃잎 대신 잉잉대는 벌들이 달린,
금방 날아갈 것 같은 소리-나무 한 그루
이 지상에 유감없이 출현한다
눈뜨면,만발한 벚꽃 아래로
유모차를 몰고 들어오는 젊은 일가족;
흰 블라우스에 꽃그늘 받으며 지나갈 때
팝콘 같은,이 세상 한때의 웃음
그들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장사 가는 벚꽃길;어쩌다 한 순간
나타나는,딴 세상 보이는 날은
우리,여기서 쬐끔만 더 머물다 가자
-황지우 '여기서 더 머물고 싶다'전문
현실이 아무리 팍팍해도 즐거운 순간은 있게 마련이다.
눈부신 봄날 만개한 벚꽃 아래 서 보라.환한 봄옷으로 갈아 입고 머릿결 출렁이며 오가는 젊은이들.꽃그늘 가득 받으며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는 가족.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팝콘처럼 날아오르는 웃음들.세상은 살 만한 것으로 변한다.
어쩌다 한번 맞는 그 순간은 짧고,보내기가 안타깝기에 더 아름답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