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고 자치정부의 기반을 허무는 쪽으로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스라엘은 9일 국방, 외무 장관 등이 참석하는 안보각료회의를 열어 하마스 주도의 자치정부를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치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안보각료회의의 이날 결의는 오는 16일 전체 각료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나 각료회의측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자치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각료회의는 아울러 하마스가 폭력투쟁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파타당 지도자인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과도 회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스라엘이 자치정부와의 관계를 모두 끊고 하마스 내각을 고사시키는 정책을 펴기로 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부는 경제적으로 고사할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대신 거둬준 월간 5천500만달러 상당의 세수를 계속 넘겨받지 못하게 되는 등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오마르 압델 라제크 팔레스타인 재무장관은 9일 현지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정부의 재정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며 14만명에 달하는 공무원 봉급을 언제 줄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무원 봉급을 오는 15일까지 주기 위해 아랍국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이날까지 봉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및 캐나다의 선례를 따라 앞으로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9일 밝힘에 따라 하마스 정부의 재정난이 가중되게 됐다.

노르웨이는 지난달 초 5천700만크로네(약 100만달러)의 지원금을 팔레스타인에 제공했으며 이 돈은 교사들과 의료진 및 사회활동가들에게 돌아갔다.

마흐무드 알-자하르 팔레스타인 내무장관은 10일 룩셈부르크에서 회동하는 유럽연합 2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을 향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 중단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9일 성명에서 "유럽연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민주적인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만일 유럽연합측이 민주적인 선택을 거부한다면 팔레스타인과 무슬림 세계 내 유럽연합에 대한 신뢰도가 실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또 최근 몇 달 동안 서안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통행을 제한함으로써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남부 지역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다닐 수 없게되는 등 사실상 팔레스타인 지역이 3개 지역으로 분리됐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성명을 통해 이 조치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팔레스타인측은 하마스 정부의 승리에 대한 '집단 징벌'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가운데 일부를 추가 철수, 팔레스타인과의 국경획정을 2010년까지 마무리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관계 단절 조치 외에도 최근 며칠 동안 계속 군 항공기와 탱크를 동원, 가자지구를 연일 공격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어린이 1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 카데르 하비브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오니스트들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잊지 못할 교훈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 군은 지난 6일 이후 북부 가자지구에 최소 10차례의 공습을 가하고 900발의 포탄 공격을 가한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주말에 걸쳐 10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쪽에 발사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9일 성명을 통해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폭력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