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금품 수수,BIS비율 조작 압력 행사 등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2003년 당시 누가 왜 이런 일을 강행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가와 관가,정치권에는 무리한 매각 배경을 설명하는 시나리오로 △정책적 판단 실수 △대가와 연계된 불법 거래 △거대 배후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적자금 추가 조성 원인 제거?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 실수였다는 것이다.

2003년 초 LG카드사태에 이어 SK사태,북핵문제 등이 터지면서 경제위기론이 대두되자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외환은행의 추가부실을 우려해 자격도 없는 론스타에 서둘러 매각했다는 해석이다.

외환은행마저 문제가 될 경우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관료들이 헐값시비를 무릅쓰고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큰 약점이 있다.

공무원들이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외환은행 부실화)을 피하기 위해 '미래의 더 큰 위험'(서류 조작을 통한 은행 매각)을 감수했다는 것은 관료의 기질과는 어긋나기 때문이다.

○금품지급 보장받고 BIS비율 조작?

이강원 행장과 당시 금융당국 관료들이 사후 대가를 보장받고 외환은행을 매각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은 "멀쩡하게 은행장을 하고 있던 이강원씨가 독자적으로 BIS비율을 조작할 동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며 "결국 이번 사건은 이 행장과 금융감독 당국의 합작품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 대가로 이 행장에게는 위로금과 스톡옵션 등으로 지급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관료들의 경우 어떤 대가를 지불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DJ정부 유력 인사 개입?

최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시나리오다.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펀드에 들어갔고 이 '검은머리 외국인'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엄호성 이한구 의원 등이 지난 2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정부시절 유력 인사가 외환은행 매각에 개입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미국 현지법인(PUB:Pacific Union Bank)을 서둘러 매각한 것도 자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매각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고 노 정부는 초기 대북지원 등을 둘러싸고 김대중 정부 인사들과 갈등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료들의 김대중 정부 시절 유력인사 지원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