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을 강화하기 위한 삼성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은 10일 단행된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생명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배정충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것과 동시에 신설된 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기존의 사회협력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사회공헌위원회는 산하에 삼성사회봉사단, 고객협력실, 삼성복지재단 등을 두고 그룹 차원의 사회봉사와 고객협력 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의 대외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초 이해진 사장이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 삼성사회봉사단은 그룹 사회공헌 계획 수립과 실행, 계열사 자원봉사 조직화 및 교육,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지원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월7일 발표한 '국민여론 수렴대책'을 통해서도 사회공헌 강화와 자원봉사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이 사장은 오는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신설된 고객협력실의 활동 역시 눈길을 끌게 될 전망이다.

고객협력실은 다양한 시장과 고객의 의견, 고충 및 불만사항, 요구사항을 수렴해 계열사 또는 해당 부문에 피드백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고객협력실은 또 그룹 계열사 협력업체들의 고충 및 애로사항을 청취해 관계사들에 전달하고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듣고 그룹경영에 반영하도록 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다음달 중 삼성이 발표할 예정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대책 수립에도 고객협력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협력실 운영책임은 일단 배정충 부회장이 겸임하게 되지만 앞으로 그룹 안팎에서 비중있는 사장급 인사를 영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어린이집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의 운영과 삼성효행상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운영책임은 그동안 한용외 삼성문화재단 사장이 겸임해 왔으나 앞으로 사장급 운영책임자를 신규 영입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회공헌 조직의 강화와 사회공헌 활동의 확대에 대해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요구가 높은 여론에 부응하고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가 장수 경영진 교체를 통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2000년 이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인사를 최소화해 왔으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 내에서는 재임 5, 6년을 넘긴 계열사 CEO가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한번 신임하면 대과가 없을 경우 끝까지 믿고 맡기는 이건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반영한 이와 같은 CEO 장기 재임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면서 재계의 연구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2000년 취임후 6년 이상 삼성생명 CEO로 활동해오면서 삼성의 대표적인 '장수 경영인' 가운데 하나였던 배정충 사장이 계열사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이와 같은 인사 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그룹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배 부회장이 삼성생명 대표에서 물러나는 데 따른 연쇄 수평이동이기는 했지만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 3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도 2000년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2월 5개월간의 해외체류 끝에 귀국하면서 일성으로 "세계시장에서 상품 1등하는데만 신경쓰느라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해진 것을 알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인적쇄신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에 있을 정기 사장단 인사 때는 최근 몇년과는 달리 꽤 큰 폭의 자리 이동 또는 인적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배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경쟁력 강화에 많은 기여를 했고 이번에는 그룹의 필요에 따라 사회공헌 분야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이라면서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세대교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적 쇄신' 차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