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들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국 100여개 도시에서 200여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반(反)이민법 반대 운동'을 '제2의 민권운동'으로 발전시키기로 해 정치적 논란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중남미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10일(현지시간) '이민자들의 존엄을 위한 행동의 날'이라는 구호 아래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 전국 100여개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갖고 반이민법 제정 반대와 불법 체류자들의 합법화를 요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중남미와 아시아 중동 등의 이민단체들과 종교계 및 인권단체 등이 대거 참여했다.

한인단체들도 이날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반이민법 제정 움직임을 규탄했다.

워싱턴에서만 10만여명이 모였으며 뉴욕에서도 5만여명이 운집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는 미국이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를 이렇게 대할 수는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불법 체류자가 많은 식품업체들은 영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하원이 가결한 반이민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한 불법 체류자들의 합법화를 위한 법안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 적극 참여,투표를 통해 관련 정치인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집회에 참석한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당)은 이날 시위를 과거 흑인 민권 운동에 비유하면서 "미국인들이 이민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이민 미래에 대한 지지를 위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일 시기"라고 역설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