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중인 감사원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론스타에 매각할 때 금융감독원 간부가 외환은행 실무자에게 BIS비율을 낮추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당시 은행장도 BIS비율 산정의 일부 오류를 시인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조사결과만으로도 앞으로 심각한 파장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정말 걱정스러운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각종 의혹의 사실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래서 외환은행을 외국계 사모(私募)펀드인 론스타에 넘기기 위해 BIS비율을 조작했다면 누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어떤 조직적 개입과 검은 돈거래가 있었는지,매각과정에 위법성은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일이다. 또 모든 의혹의 진상은 멀지않아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우리는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이 정책적 판단의 잘못이 아니라,은행 경영진과 금융감독 당국의 비리가 개입돼 위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결정적인 흠이 생기면서 2003년의 외환은행 매각의 정당성이 문제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외환은행 매각을 원인무효로 돌려야 한다는 일각의 성급한 주장도 없지 않은 양상이고 보면,이로 인한 국내 금융계의 일대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은행에 대한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배제(排除)하기 어렵다.

더구나 3년 전의 국제거래를 지금 와서 문제 삼는데까지 이른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금융산업이나 정책의 국제신인도에 타격을 주면서 외자유치가 어렵게 되고 국제 무대에서 크게 곤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의혹의 확실한 규명과 함께 관련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나 위법사안에 대해서는 엄격한 추궁이 뒤따라야 하지만,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또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경을 넘어선 자본이동이 보편화된 지금 외환은행과 같은 헐값 매각시비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해외 투기자본의 불법행위는 철저히 차단하되 정상적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