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다음 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간담회'를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뭔가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막상 그럴듯한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회의는 지난해 5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회의여서 관련 아이디어도 고갈된 상태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납품대금 현금 결제,기술 및 마케팅 지원 등과 같은 방안 외에 추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차 회의 때 논의했던 방안을 실행하는 것도 힘겹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속앓이하는 재계

재계는 특히 최근 환율 하락 등으로 수출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확대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범위를 넘나드는 일반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까지 거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국정의 핵심 기조로 밀어붙이고 있어 이번 간담회를 의례적 행사로 넘길 수도 없다는 게 재계의 속앓이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기업 역할론'을 수시로 강조하며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여기에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연초 협력업체 납품 단가 인하 압력으로 곤경에 몰렸던 상황을 감안할 때 재계로서는 이번에는 획기적인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달 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기획실장) 간 간담회를 열어 분위기를 띄운 후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청와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 회의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최태원 SK㈜ 회장 등 30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해 해당 그룹의 상생경영 방안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 1년 만에 참석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해 5월 1차 회의 이후 1년 만에 참석하는 것이어서 삼성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 2월7일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후속대책으로 비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했고 경영활동도 재개한 만큼 상생회의에서도 나름대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재계는 삼성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 가능한 자금력이나 기술력 등을 감안하면 삼성과 다른 기업 간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고 상생경영을 확대하는 데 삼성만큼 '특별한 동기'를 갖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