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외환은행의 2003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 문제에 대해 11일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이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BIS비율을 조작하라는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감사원은 "금감원이 조사내용과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쟁점사안에 대해 이같이 엇갈린 진술이 나오자 금감원 관련자에 대한 대질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금감원 "BIS비율 조작은 없었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백재흠 은행검사1국장,이곤학 수석조사역(당시 선임검사역) 등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 참석,관련 내용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2003년 7월16일 금감위의 송현도 사무관이 7월25일 예정된 금감위 비공식 간담회에서 외환은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필요하니 외환은행의 BIS비율 전망치를 추정해 달라는 지시를 받아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역은 "7월16일 외환은행으로부터 연말 BIS비율 예상치 5.4%를 처음 받았다"며 "당시 이 내용은 이메일을 통해 접수했으며 여러 가지 근거가 빈약해 시나리오별로 작성해 다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외환은행은 총 4차례에 걸쳐 BIS비율을 수정했다는 것.그는 자신이 감사원 조사에서 국장의 지시를 받고 BIS 비율을 허위 보고했다는 감사원 발표 내용과 관련,"감사원 감사를 받을 때 윗선의 지시나 그런 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BIS비율 전망치의 용도에 대해 백 국장은 "금감원 은행검사1국은 매각이나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자료가 (금감위 비공식 간담회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알지 못했으며 더욱이 당시 외환은행이 부실기관으로 지정되는지,매각되는지 등의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백 국장은 감사원이 밝힌 '지시'에 대해서도 "당시 금감원이 가지고 있던 BIS비율 9.14%는 외환은행이 2003년 1분기 말 결산 때 추정한 연말 BIS비율 예상치"라고 설명했다.

백 국장은 "BIS비율은 생물과 같이 항상 변하는 것"이라면서 "그것도 당연히 전망치였기 때문에 분기 말 결산이 나온 상황이어서 3월 말 추정 BIS비율을 업데이트하라고 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감사원 "조사내용과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백 국장은 2003년 7월21일 금감위 비상임위원 사전간담회 자료를 만들며 부하 직원인 이 조사역에게 '비관적 시나리오를 반영한 BIS 비율 6.16% 자료를 넣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백 국장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 수석검사역은 '6.16%는 근거도 없고 자신 없다'고 말했는데도 백 국장이 '그냥 집어넣어라'고 말했다"며 "'비관적 시나리오 반영'이라는 내용은 이 수석의 당시 업무수첩에도 있고 진술도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 국장은 처음 압력지시에 대해 부인하다 조사에서는 '6.16%를 넣으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회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단순 참고자료로 알았지 매각의 근거자료가 될 줄은 몰랐다' 등으로 답변했다"면서 "이들의 진술이 엇갈려 대질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태·이심기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