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화살이 이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추정치(2003년 12월 말)를 낮게 평가한 주모자를 색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BIS 비율을 평가절하한 정황은 이미 구속 중인 외은 매각책임자 등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은 특히 외은의 BIS 비율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6.16%로 채택된 데에는 금융당국 고위 인사 등의 입김이 직·간접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BIS 비율 조율에 '윗선'개입 의혹

BIS 비율 조작의혹과 관련해 대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1일 "적어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실무자를 매수해 은행 경영진도 모르게 형편없는 BIS 비율을 만들고,그 대가로 수백억원을 챙기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어 해석할 경우 외환은행 매각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던 BIS 비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율하려 했다면 '윗선'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논리가 나온다.

검찰은 앞으로 감사원의 감사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외은 매각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때가 되면 조사할 것이다.

이 사건 관련자는 누구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다"고 대답했다.

감사원도 외은 경영진과 금융감독원 고위직 인사들의 연루 혐의를 캐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실무자에게 BIS 비율을 바꿔 보고토록 한 금감원 백모 국장 윗선의 보고라인인 금감원장 부원장 부원장보까지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론스타-외은-금감원 입맞추기?

실무자 선에서 BIS 비율을 짜맞추기 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관련자 진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외은 매각책임자로 구속된 전용준 팀장은 검찰 수사에서 "처음에는 5%대의 BIS 비율이 나왔는데 금감원 관계자가 같은 팀원인 허 차장(사망)에게 'BIS 비율을 6%대로 높여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BIS 비율 조작에 관여한 바 없다"는 금감원측 해명과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론스타가 BIS 비율 낮추기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외은 허 차장이 금감원에 보냈다는 '의문의 팩스 5장'에는 외은의 자산손실액이 1조6864억원으로 기재돼 있는데,이는 론스타가 삼정회계법인과 함께 추정한 금액 1조6000억원과 비슷한 수치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