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국민에게 가장 큰 자부심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 사람은 황우석 박사였다.

'사이언스'지에 줄기세포 수립 논문을 게재해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황 박사는 논문조작 사실이 탄로나면서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증권전문가 겸 소설가로 활동 중인 이도영씨가 펴낸 '잃어버린 줄기세포'(순정아이북스)는 '황우석 신드롬'에서 '황우석 쇼크'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를 반영한 세태소설이다.

집필 동기에 대해 작가는 "줄기세포의 불발로 인해 난치병 치료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을 때의 허망함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생명공학의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기에 이러한 좌절과 회의가 자양분이 돼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이끌어내고 난치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희망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재벌2세인 세경물산의 최고영이 비오는 날 교통사고를 당해 하체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가해자는 같은 회사 중역인 유 상무의 딸 도희.

최고영의 집안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희망을 걸지만 그 희망은 곧 물거품이 된다.

유도희는 장애인이 된 최고영과 강제결혼을 하게 되고 불임사실을 알고 절망하게 된다.

주식 전문가답게 책 속에는 줄기세포를 둘러싼 주식 작전세력들의 '통정매매'사건 등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집필 중 황 박사 지지측과 반대편 양쪽 모두에게서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는 작가는 "그냥 일련의 해프닝으로 넘겨버리기엔 이 사건이 갖고 있는 함의가 너무 커 꼭 활자화하고 싶었다"며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