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에서 4차 순환도로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싱허완'이란 새 아파트 단지에 닿는다.

내달 입주를 시작하는 이 아파트는 82∼152평형의 대형 평형 900가구로 구성돼 있다.

9홀짜리 골프장이 딸려 있는 고급 아파트다.

12일 단지 안에 있는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 40대 한국인 주부 2명이 이미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들은 한국인 투자자에 대한 분양을 전담하고 있는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조인SJ 주선으로 이곳저곳을 세심히 살피면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조인SJ 이상돈 중국지사장은 "한국에서 온 투자자들이 최근 3개월 동안 20여채를 샀다"면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오는 투자자들이 일주일에 4∼5명 정도 됐지만 이번주에는 17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아파트 1차 분양분 700가구 중 80%는 이미 팔렸으며,2차분 200가구가 7월부터 분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투자하려는 한국 부동산 투자자들이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상하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꺾인 반면 베이징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상하이 집값은 전년 동기보다 1.1% 떨어졌지만 베이징은 6.9% 올랐다.

베이징 왕징에 위치한 중상급 아파트인 화딩의 경우 작년 8월 3차 분양된 400가구 중 한국인이 70%를 매입했다.

이는 2차 분양 때 한국인 투자 비중(40%)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올 들어 고급 빌라 신축을 금지키로 하면서 향후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당 1만위안(1위안은 125원) 이상인 고급 아파트 투자가 늘고 있다.

평당으로는 412만원이 넘는 아파트들이다.

그러나 베이징의 부동산투자는 양도차익보다는 임대수익률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거의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9홀 골프장을 둔 싱허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당 1만6000위안(200만원 상당)으로 임대수입은 월평균 ㎡당 120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임대수익률은 13%에 달해 한국의 두 배 수준을 웃돈다.

하지만 베이징 고급아파트에 대한 투자에도 리스크는 있다.

연초 서울에서도 투자설명회를 가졌던 야윈춘에 위치한 고급아파트는 2년 전에 분양을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절반도 안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상의 신뢰도 역시 중요하다.

싱허완아파트 인근에도 9홀 골프장을 갖춘 고급 빌라단지가 있지만 자금난으로 공사 진척도는 3년 전과 다를 게 없다.

중국 당국의 추가 부동산 대책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