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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反산업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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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경제의 근간이 바로 기업인데도, 기업의 이익 추구를 사시로 보고 사회적 책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문제를 심심찮게 일으키는 것이 바로 반산업 정서다.

    반기업 정서가 시기심의 산물이라면 반산업 정서는 무지와 무관심의 소치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정부 관료 한 사람이 던진 '섬유는 사양산업'이라는 한마디에 국내 섬유업계는 90년대 이후 안해도 될 고생을 했다. 엄살이다 싶겠지만 보수적인 은행원들이 대출 신청을 거절하며 내세운 단골논리가 바로 "정부가 사양산업으로 분류하기 때문에…"였다.

    사회적 고정관념까지 형성한 반산업 정서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본 업종이 바로 유화(석유화학)산업이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조차 이 업종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유화공단을 못가봐서 그렇겠지만 자동차로 지나며 본 경험만 갖고 유화업체 하면 굴뚝에서 매연이 나오는 공장 정도로만 알고 있다. 굴뚝같이 생긴 것은 화학반응기이고 거기서 나오는 연기 같은 것은 매연이 아니라 스팀이다.

    이런 무지가 쌓여 사회적 선입견을 형성하게 되면 산업 발전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된다. 국내의 경우 1990년대 후반 플라스틱 도시락과 종이 도시락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환경파괴적이냐 하는 논쟁이 있었다. 종이 도시락을 쓰면 태우기가 쉬어 환경친화적으로 보이긴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나무 가꾸기를 포함해 전 과정을 따질 경우 플라스틱이 훨씬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의 편견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논쟁의 결과가 발전적인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선입견을 공고히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되면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도 낮아지고, 각종 정책에서도 불이익을 보게 된다. 실제로 최근 유화업계에서는 화학 전공자들이 화학업체에 오지 않고 응용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전자·생명공학 쪽으로 발을 돌리고 있는 양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세계가 전부 그러면 상관이 없는데 우리만 유독스럽다는 점이다. 듀폰(미국) 도레이(일본) 바스프(독일) 등 세계적인 업체들은 이들 나라의 자랑이다.

    반산업 정서로 우리 유화업계가 외면 받는 사이 경쟁국들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각각 BP, 바스프, 쉘 등 기업과 합작한 NCC(나프타분해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유화대국으로 우뚝 섰다.

    우리의 유화산업은 그러나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미 갖춘 업종이다. 여전히 주력업종이요 효자 수출 산업이다. 생산은 자동차 철강 반도체에 이어 4위이고,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일반기계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유화업계는 작년의 경우 208억달러를 수출했고 11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설비 규모로도 세계 5위다.

    새삼 이 시점에서 유화업종을 지원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굴뚝 산업'이라고 무시해온 이런 기간산업이 사실은 세계가 두려워하는 우리의 경쟁력인 것을 많이들 알았으면 싶다. 과연 올해가 과학기술부가 정한 '화학의 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할 뿐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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