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시간당 노동비용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 데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으로 인해 기업들이 져야 할 부담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12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국가별 제조업 시간당 보수 현황'에 따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비용지수(달러화 환산 기준)는 1990년을 100이라고 가정할 경우 2004년에는 311.6으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증가 속도는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다.

한국 다음으로는 싱가포르가 2004년 198.6으로 두 번째로 높았고,영국(196.0) 포르투갈(195.7) 아일랜드(186.4) 등이 노동비용 증가율이 높은 그룹에 속했다.

반면 캐나다(131.2) 스웨덴(136.6) 핀란드(145.0) 스위스(146.6) 미국(156.1) 등 북미대륙 국가들과 북유럽 국가들은 노동비용 상승률이 낮았다.

노동비용이란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퇴직금,각종 사회보험 부담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비용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근로자를 고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비용 상승 속도는 임금상승률 외에 그 나라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환율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보통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노동비용 상승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시아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도 노동비용 상승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

싱가포르의 경우 2004년 시간당 노동비용은 198.6으로 한국(311.6)보다 낮았으며,홍콩(171.3) 대만(155.1) 등도 한국에 크게 못 미쳤다.

한국의 노동비용 상승 속도가 유독 빠른 것은 임금상승률이 기본적으로 높은 데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험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990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으로 기업들이 져야 할 부담은 1990년에는 1.5%(근로자 평균보수 대비)였으나 2004년에는 4.5%로 세 배나 늘었다.

건강보험으로 인한 기업 부담도 같은 기간 동안 증가세(1990년 1.60%→2004년 2.11%)를 보였다.

또 1995년에는 고용보험이 도입됐다.

문제는 사회보험으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앞으로도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으로 인해 져야 할 부담은 2004년에는 9.09%였지만 2030년에는 14.58%로 급증할 전망이다.

문형표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할수록 사회보험 부담이 느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사회보험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따라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