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음란서생'이 개봉될 당시의 일이다.

술 약하기로 소문난 주연 배우 한석규씨가 지인들에게 술을 돌려 화제를 낳았다.

한씨의 총애를 받은 술은 이탈리아산(産) 화이트 와인 '빌라M'.1996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장수 와인'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빌라M'의 인기는 지난해 절정에 달했다.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와인나라 등에서 판매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으로 조사된 것.화이트 와인으로선 드문 일인 데다 1997년 반품 위기에까지 몰렸던 시절을 생각하면 극적인 반전을 이룬 셈이다.

실제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일 무렵 '빌라M'은 라벨이 떨어졌다고 이탈리아로 반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빌라M' 수입사인 아영FBC의 김영심 실장은 "지금은 '누드 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라벨 없는 와인이 '빌라M'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고 말했다.

자칫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뻔한 '빌라M'을 진주로 탈바꿈시킨 것은 수입사의 독특한 마케팅이 큰 몫을 했다.

'빌라M'의 본래 이름은 '빌라 모스까텔'.지난해 4월 아영FBC 측이 이탈리아 생산업체인 지아니 갈리아르도사에 짧고 쉬운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갈리아르도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김 실장은 "'빌라 M'이란 이름은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며 "와인 하면 으레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바꾼 게 매출 확대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바꾼 뒤부터 입소문 효과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개명 이후 첫 달 동안 '빌라M'의 매출이 전월 대비 30%가량 증가한 것.은은한 달콤함을 지닌 '빌라M'만의 개성도 이때부터 빛을 발휘했다.

특히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매일 술을 마셔야 하는 와인 바 여종업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빌라M'은 '작업용 와인'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라벨이 없는 독특한 디자인 역시 새로운 각도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김 실장은 "탤런트 조민수씨가 결혼식 때 하객들에게 결혼식 사진을 붙여 '빌라M'을 나눠준 적이 있고 기업체들 사이에서도 '빌라M'은 선물용으로 큰 인기"라고 말했다.

덕분에 '빌라M'은 와인업계에서는 드물게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아영FBC가 지난해 9월 레드와인인 '빌라M 로쏘'를 들여온 데 이어 올 7월엔 '빌라M 알레그로'를 수입할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