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운전기사 양모씨는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신 후 당직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새벽 5시께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구급차를 운전해 급히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장소 부근에 이른 양씨는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차를 세워 놓고 정확한 사고지점 확인을 위해 잠시 자리를 떠났다.

차량 엔진소리가 매우 컸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돌아와 보니 구급차에서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바로 옆의 김모씨 소유 승용차에까지 불이 옮겨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경우 손해 배상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이 경우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의해 화재 발생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느냐가 배상책임 여부의 관건이다.

이때 중대한 과실이란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또는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이를 간과함으로써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의 결여 상태'를 말한다.

구급차 엔진소리가 다른 차량에 비해 매우 컸음에도 정비하지 않고 운행을 계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구급차에서 전기배선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추정 외에는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것만으로는 운전자 양씨에게 화재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가 당시 0.02% 주취상태였다는 점도 구급차 화재와의 인과관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원고는 양씨가 차량 화재가 발생해 연소(延燒),즉 화재가 주변으로 연이어 번져 나갈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원고 차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시동을 끄지 않고 운전석을 이탈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볼 수도 없다.

차량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만을 근거로 차량정비 소홀을 중대한 과실로 인정하기 힘들고 운전자 주취 상태도 차량 화재와 인과관계를 찾아 보기 어려우므로 양씨는 김씨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한다.

살다보면 예민한 사안을 놓고 서로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보험 관련 법적 지식들을 평소에 하나씩 머리에 담아둔다면 굳이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