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168년 동안 회사를 이끈 최고경영자(CEO)가 일가족 5명을 포함해 8명뿐이다.

2000년 현재 생산직 사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2년.입사한 지 30년 이상된 사원이 워낙 많아서 근속 20년차 직원이 스스로를 '신입사원'이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가까운 사람 몇이서 일하는 가족기업이 아니라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으로서 4만6000여명의 직원이 올리는 연간 매출이 200억 달러에 이르고 전세계 160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는 어디일까.

일리노이주의 중소 도시 멀린에 본사를 두고 트랙터 등의 농업용 기계와 임업·건설 장비 및 잔디깎이 등을 생산하는 '존 디어'라는 기업이다.

신간 '존 디어 웨이'(데이비드 마지 지음,조동권 옮김,W미디어)는 이 회사가 1세기반 이상 동안 어떻게 성장가도를 유지해 왔는지를 설명해준다.

1837년 자동으로 흙을 털어주는 장치를 부착한 철제 쟁기를 생산하는 시골의 작은 회사로 출발한 존 디어는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트랙터와 농업용 장비뿐만 아니라 잔디깎기를 비롯한 잔디용품,조경·잔디관리,건설·임업장비,건강용품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왔다.

그 동안 굴곡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1세기반 이상을 꾸준히 성장해온 비결을 저자는 존 디어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에서 찾는다.

그의 경영철학이란 의사결정과 행동에서 진실을 말하기,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기,회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책임 지기 등을 바탕으로 하는 '바로 하기' 철학이다.

창업자 존 디어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품질,혁신,성실성,약속의 네 가지 핵심가치를 강조했고 뒤를 이은 CEO와 직원들도 이런 철학과 가치를 존중했다.

존 디어는 품질과 관련해 스스로 이렇게 약속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제품에는 결코 내 이름을 붙이지 않겠다." 존 디어의 품질개선은 제품뿐만 아니라 재정,인사,납품업체와의 관계를 포함한 비즈니스 전 분야에 적용된다.

존 디어는 지금도 콤바인이나 대형 트랙터를 사는 고객을 직접 이스트멀린 공장으로 초대해 생산라인을 보여준 뒤 고객이 제품의 첫 시동을 걸도록 한다.

농기구인 트랙터에 디자인의 개념을 맨 처음 도입한 것도 존 디어였다.

존 디어는 1960년 전원의 힘과 도시적 스타일을 과감히 결합한 새 트랙터 모델을 다이어몬드로 장식해 백화점의 보석 가게 앞에서 첫선을 보이는 파격을 연출했다.

또한 품질 향상과 혁신을 위해 불황기에도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최고의 품질은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존 디어는 제품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서비스맨이 부품을 들고 농장을 직접 방문한다.

또한 직원에 대해서는 최고의 품질과 성실성을 요구하는 대신 최선의 보상으로 대우한다.

2000년에 존 디어의 회장 겸 CEO를 맡은 로버트 W 레인은 주주부가가치(SVA)라는 새로운 계량법을 개발해 과도한 자산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했다.

그 결과 순이익은 2002년 3억달러,2003년 6억달러,2004년 14억달러로 매년 2배 이상 뛰었고 주가도 급등했다.

레인 회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평범하지 않은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존 디어의 특징"이라며 그 바탕에 품질과 혁신,성실과 약속의 네 가지 핵심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24쪽,1만1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