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계속된 단기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던 장기금리가 움직이고 있다.

미국 지표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3일(현지시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 5%를 넘어섰다.

세계적인 경기 호조세로 미국 국채로 몰리던 세계 유동자금이 분산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기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마침내 풀리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단기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장기금리가 움직이지 않자 이를 '미국 경제의 수수께끼(Conundrum)'라고 표현했다.

실제 FRB는 2004년 6월 말부터 15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연 1.0%에서 지난 3월 말 4.75%로 3.75%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이기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62%에서 4.85%로 0.2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만기가 긴 국채일수록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지속,작년 말에는 2년 만기 수익률이 10년 만기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상황이 변했다.

장기금리의 오름폭(채권가격의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13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 5.04%를 기록,2002년 6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미 연 5%를 넘어섰으며 이날은 5.11%를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 국채는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게 형성되는 완전정배열 상태를 구축했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는 셈이다.

◆'수수께끼의 해법'은 경기 호조

그동안 미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았던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덜했던 데다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자금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경기 호조세다.

미국의 경우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되다 보니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장기금리가 뛴 것도 3월 소매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높은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감과 FRB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장기금리의 상승을 가져왔다.

여기에 일본과 유럽 경기의 동반 성장세도 장기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채로만 몰려들던 국제자금이 일본과 유럽으로,그리고 원자재 등으로 분산됨에 따라 국채값이 하락(수익률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말 현재 일본이 보유한 미국채는 668억달러로 2004년 6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었다.

만일 일본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국제 유동자금의 분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세계적인 경기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장기금리의 상승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금리가 오르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하면서 최근의 원자재값 급등 현상도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