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과 아들인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이 '세금소송'을 냈다가 최근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아들만이 세금 취소 판결을 받았는 데 반해 2심에서는 아버지인 고 정순영 회장분의 세금만 취소됐기 때문이다.

고 정순영 회장은 1997년 성우그룹 계열사를 분리하며 네 명의 아들에게 회사를 나눠줬다.

정몽훈 회장이 성우전자와 성우캐피탈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도 이때였다.

1998년 3월 고 정순영 회장은 비상장 주식이었던 성우전자의 주식 20만주,델파이성우의 주식 10만주,성우캐피탈 주식 10만주를 정몽훈 회장에게 넘겨줬다.

강남세무서는 "델파이성우는 주당 1만원,성우전자는 주당 5000원의 가치가 있다"며 "아버지로부터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샀으니 증여세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세무서는 2002년 시가보다 낮게 성우전자,델파이성우 주식을 매입한 정몽훈 회장에게 세금 6억6000여만원을 물렸다.

세무서는 또 정순영 회장이 성우캐피탈 주식을 시가보다 30% 높게 팔아 아들로부터 1억3000여만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1400여만원의 세금을 고지했다.

정 회장 부자는 이에 반발,2003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주식을 평가하는 데 있어 거래의 실례로 든 1만원과 5000원은 불특정 다수인 사이의 통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며 정몽훈 회장의 손만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특별7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최근 원심을 뒤집고 아버지인 정순영 회장에 대한 세금 부과만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채에서 제외했어야 하는 액수를 세무당국이 잘못 판단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몽훈 회장의 세금에 관해서는 "원고가 1998년의 과세자료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서가 1997년분의 대차대조표 등을 기준으로 주식 평가액을 계산한 것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