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 등이 당선돼 등단한 윤성학 시인(35)이 첫 번째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창비)를 펴냈다.

전업 시인이 아닌 직장인(농심 홍보실 근무)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소재로 삶의 근원적인 슬픔과 부조리를 형상화한다.

제목에 들어간 '당랑권'은 시인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권법 없이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이곳에는 사람 수만큼의 권법이 있다/익히더라도 강한 것을 익혀야 산다/나는 당랑권을 택했다/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전술이다… 고수들을 보며 익힌 권법이다/그들은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고/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이것이 당랑권이다.'('당랑권 전성시대' 중)

시인은 월급을 받기 위해 한 달 동안 일해야 하는 자신의 삶을 '로마병사'에 비유한다.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나는 소금 병정/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월급을 받는다/소금 방패를 들고/거친 소금밭에서/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한 달을 절어 있었다/울지 마라/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소금 시' 전문)

윤 시인의 어조는 정색을 하고 있어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지만 시에 포착된 대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스하기만 하다.

'골목길 전봇대에 기대 웅크리고 있는 너/너,참 오랜만이다… 오늘 이 오르막길/비틀비틀 걸음을 꼬면서도 멈추지 않는 것은/끝내 이 길을 오르기 위함인가/서는 순간/뒤로 미끄러져 내려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가/이 저녁,배에 힘이 빠지고 공연히 등이 굽어서/나는 왜/네 옆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가.'('리어카 리어카' 중)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