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건설에 다니는 신모 과장(32)은 한 달 전 고심 끝에 휴대용 멀티플레이어(PMP)를 1대 샀다.

하루 2시간에 달하는 지하철 출퇴근 시간이 무료하기도 했고,PMP 이용 승객이 눈이 띄게 늘면서 '충동 반(半) 호기심 반(半)'으로 거금 60여만원을 들여 산 것이다.

미리 다운로드받은 영화와 동영상 영어강의는 물론 퇴근길 스포츠경기 시청까지 용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 과장은 하루 2시간을 더 사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주변에 PMP 구매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디카)에 이어 PMP가 신세대의 필수 가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다 보면 PMP에 넋을 뺏긴 이른바 '수그리(고개 숙인)족(族)'들이 부쩍 늘었다.

전자상가나 인터넷쇼핑몰 등에서도 PMP가 MP3나 디카의 판매량을 바짝 추격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쇼핑몰 GS이숍의 경우 PMP의 월 평균 판매액이 지난해 2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10억원으로 5배가량 급증했다.

DMB 수신기 장착 및 내장 등 고기능 신제품이 쏟아진 데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이승엽 선전,프로야구 개막 등 잇단 스포츠 호재를 등에 업고 PMP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황승일 GS이숍 상품기획자(MD)는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TV 영화 등을 볼 수 있고 음악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디카 기능까지 겸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PMP가 디지털 가전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동호회 등 소비자들이 PMP 구매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DMB 수신,내비게이션,메모리용량 등 세 가지다.

이 중 DMB 수신 기능이 압도적인 구매 요인을 차지한다.

실제로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디앤샵 등 인터넷쇼핑몰에서 팔리는 PMP의 30~50%는 DMB 수신 기능을 내장했거나,외장 수신기를 패키지로 구성한 상품이다.

안상수 인터파크 가전사업부 과장은 "내비게이션의 옵션에 불과했던 DMB 기능이 부각되면서 PMP의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들은 DMB 수신 기능을 갖춘 다양한 PMP를 판매하고 있다.

CJ몰에서는 아이스테이션,빌립,LG전자,코원 등 다양한 브랜드의 PMP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테이션 V43 REDS(30G)피아노레드+i-DMB'(61만8000원),'코원 A2 30GB 차량용 패키지'(53만9000원),'SK C&C 130air 30G/S DMB+내비게이션 팩'(73만9000원) 등이 인터넷쇼핑몰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으로 꼽힌다.

용산 전자랜드의 가전소매상 김희옥씨는 "컨버전시 제품의 가격 하락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쓰임새에 맞는 기능으로 한정하는 게 PMP를 싸게 구입하는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