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신흥 시장을 빠져나와 선진국 증시나 금 원유 등 상품시장으로 흘러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최근 "경제 기반이 취약한 국가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으며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따라 이달 21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G7(선진7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신흥시장 안정 대책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도 "신흥시장 증시는 최근 2년간 급등세를 타면서 고평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신흥시장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인도 터키 브라질 그리스 등 주요 신흥시장 증시가 1~3%가량 하락,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신흥시장 국가의 통화는 이미 약세로 돌아섰다.

아이슬란드 크로나화 가치는 올 들어 엔화 대비 17%나 폭락했고 뉴질랜드 달러화는 이 기간 7% 떨어졌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조셉 크래프트 외환본부장은 "작년까지 신흥 시장에 몰렸던 미국과 유럽의 헤지펀드 자금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 시장을 빠져나온 자금은 선진국 증시와 상품 시장으로 유입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3월 일본 증시에서 85억36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제 금 가격도 지난 13일 온스당 604달러까지 상승,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 상승은 투자 펀드가 이끌고 있다.

런던 소재 세계금위원회(WGC)는 "지난해 금 수요의 73%를 투자 펀드가 차지했으며 올해도 귀금속 업자를 제치고 금 시장에서 최대 수요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사상 처음으로 t당 6000달러를 돌파했고 국제유가(WTI 6월물 기준)는 배럴당 71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이 자금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기준 금리를 4.75%로 인상했지만 월가에선 조만간 5.25%까지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작년 12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오는 6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도 제로(0) 금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 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주용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