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없는 영화관을 상상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럼 필름 없는 영화관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가능수준을 넘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로 찍고,디지털로 온라인 배급하고,디지털로 상영하고 보관하는 새로운 영화코드다.

필름영화가 추억속으로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필름이 끊기고 '비오고' 자막이 흔들리는 아날로그적 감상은 이제 더 이상 느끼지 못할지 모른다.

3류극장과 1류극장의 화질을 같게 만드는 디지털 시네마.100년 필름영화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CGV용산 1관과 9관에서는 박용우·최강희 주연의 '달콤,살벌한 연인'이 거의 동시에 상영됐다.

같은 영화였지만 의미차이는 컸다.

9관은 디지털영화,1관은 필름영화였던 것.

9관과 1관 영화의 화질은 천양지차였다.

양쪽 관람객은 같은 돈(7000원)을 내고 같은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색감과 화질 음향은 전혀 같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디지털영화가 필름영화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나았다.

9관 영화를 먼저 보면 도저히 1관 영화를 볼 수 없을 정도다.

이유는 필름영화가 가진 단점 때문.필름영화는 상영횟수가 늘수록 화질과 색감이 떨어지고 원본복사와 상영과정에서 화질손실(열화)을 많이 입는다.

반면 디지털영화는 상영횟수와 필름복사가 아무리 많아도 최초의 화질과 음질을 유지한다.

디지털영화를 상영한 뒤 필름영화를 보면 흐리고 칙칙해서 도저히 볼 수 없다.

섬세한 표정과 미세한 깃털까지 생생하게 보이는 디지털영화는 압권이다.

음향을 압축하는 필름영화와 달리 무압축으로 소리 훼손 없이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도 디지털영화의 특징이다.

필름영화는 산업적 이유에서도 발붙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필름영화는 프린트 비용과 운송비 처리비 등의 비용 측면에서 디지털영화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배우의 연기를 담은 필름에 오디어 더빙작업 등을 거쳐 상영할 수 있는 필름으로 만드는 프린트 작업에는 편당 2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흥행 기대작일 경우 보통 300~400벌 안팎의 프린트(복사판)를 제작해야 한다.

대작 한편의 프린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화질 유지를 위해 2주일에 한 번씩 프린트를 교체해줘야 하고 전국 1400여개 스크린을 교체한다면 연간 1000억원의 프린트 비용이 든다.

그러나 디지털영화는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네트워크망을 통해 전국 영화관으로 송출만 하면 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영화 한편당 소요되는 2억원어치의 필름비용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향후 디지털 배급망이 갖춰지면 원본을 복사해 일일이 각지로 배급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시네마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를 가능케 한다.

디지털영화는 스크린 상영용으로만 쓰이지 않고 DVD 휴대폰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용으로 변환할 수 있다.

디지털은 보관과 운반도 쉽다.

실제로 부피가 큰 필름은 골칫거리다.

필름은 산업폐기물이기도 하다.

강진모 CGV전략기획팀 부장은 "필름을 수거해 처리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면서 "디지털은 환경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필름영화가 없어지는 데 대한 반감도 있다.

필름영화가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사라진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제작문화와 화면이 흔들리고 스크린에 '비가 내리는' 상영관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는 아쉬움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TV와 카메라가 디지털로 간 이 시대에 디지털 영화관은 대세다.

친절한 금자씨,태극기 휘말리며,우리형,왕의 남자 등이 히트작이 된 것도 디지털영화의 힘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