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투기 성향의 헤지펀드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사모펀드(PEF) 시장에 진출,한국 등 아시아의 구조조정 기업을 넘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헤지펀드 중에서도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나 제일은행의 전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처럼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비싸게 되파는 사모펀드식 전략을 구사하는 곳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법률회사 클리포드 챈스의 홍콩사무소 파트너인 제임스 워커는 "헤지펀드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사모펀드,특히 아시아 사모펀드는 최근 몇년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부유층을 상대로 영업을 하며 투자 수단에 대한 규제가 적은 편이다.

전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운용자금은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사모펀드의 운용자금은 2000억달러 정도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투자방식이 완전 다르다.

헤지펀드의 투자기간은 주로 90일 이하이며 경우에 따라 1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초기 자금조달에서 차익 실현까지 보통 3~7년이 걸린다.

헤지펀드가 사모펀드의 영역에 진출한 사례는 작년 1월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미국 미드웨스트바코의 제지사업 부문을 23억달러에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5월 미국 기업 말콤글레이저가 헤지펀드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지원으로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의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리치 캐피털 홀딩스의 하짓 바티아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은 "아시아 경제와 금융시장이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기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중국 인도 일본 한국이 유망해 보이며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도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며 "초기에는 유망 국가로 꼽은 4개국에 주력한 뒤 기회를 봐서 나머지 지역에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리포드 챈스의 워커도 "특히 중국 홍콩 한국 일본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지펀드를 상대로 사모펀드 방식의 거래에 대해 여러 건의 자문을 해줬다"며 "이들은 아시아 지역의 개인 소비금융과 소매업체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사모펀드도 헤지펀드의 시장 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영국계 사모펀드 3i그룹의 제이미 패튼 동북아시아지역 대표는 "헤지펀드는 현금 동원력이 뛰어나다"며 "헤지펀드가 참여하면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이 빨리 성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