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인슐린 시계' 찾았다 ‥ 혈당조절 단백질 세계 첫 발견
사람 몸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적절한 시간 동안 분비돼 작용해야 한다.

이 같은 인슐린의 작용 시간을 통제해 '인슐린 시계'로 불리기도 하는 인체 단백질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에 따라 당뇨병 발생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포스텍(포항공대) 류성호 교수와 서판길 교수는 몸 속 '포스포리파제 디'라는 단백질이 인슐린의 혈당 조절 작용을 정지시키는 타이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셀바이올로지에 17일 발표했다.

사람은 인슐린 같은 호르몬이나 각종 생체 물질의 원활한 기능 덕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혈당이 높아질 때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은 근육이나 지방세포를 자극,피 속의 당을 흡수시켜 혈당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나 지방세포가 표면에 붙은 일종의 호르몬 안테나(수용체)로 인슐린을 감지,혈당을 낮춘 뒤 정상치에 이르면 이 호르몬 안테나를 세포 속으로 집어넣어 버리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포스포리파제 디 단백질이 인슐린을 감지하는 호르몬 안테나의 작용 시간을 결정,이를 통해 세포의 혈당 조절 기능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밝혀냈다.

류 교수는 "호르몬 안테나가 작동하는 시간에만 혈당 조절이 세포에서 이뤄진다"며 "포스포리파제 디는 어느 시점에서 이 호르몬 안테나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타이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슐린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은 물론이고 상피세포 성장인자 같은 세포 간 신호전달 물질의 작용을 이해하는 단서도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슐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해 상피세포 성장인자의 비정상적인 기능으로 인해 유발되기도 하는 암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류 교수는 "서울대 의대 등과 공동으로 포스포리파제 디가 실제로 당뇨병이나 암의 발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 중"이라며 "이 타이머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경우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