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벤처창업에서 구로·금천구가 강남·서초구를 앞질렀다.

또 강남·서초와 구로·금천 등 2개 벤처밀집지역에 소재한 기업이 서울 지역 전체 벤처기업의 절반을 넘었다.

18일 서울시 및 벤처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작년 3월 말부터 올 3월 말까지 서울 지역의 각 구별 벤처기업 창업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강남이나 구로지역에 벤처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벤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기업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벤처기업 신설은 구로·금천 지역이 1위


지난 3월 말 현재 서울 지역의 벤처기업은 모두 3512개에 달했다.

각 구별 벤처기업 수는 강남(864개) 서초(491개) 구로(335개) 금천(303개) 등 4개구가 전체의 56.7%(1993개)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은평(5개) 도봉(7개) 강북(8개) 등은 벤처기업 수가 10개도 안되는 '벤처 불모지'로 조사됐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벤처기업 활동무대로 강남일대나 구로지역만한 곳이 어디 있느냐"며 "다른 지역에 사무실을 낸 벤처들도 기회만 닿으면 이 지역으로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신설에서도 구로·금천과 강남·서초가 타 지역을 압도했다.

작년 3월 말 이후 서울의 벤처기업은 436개가 늘어났는데 이 중 156개(35.8%)가 구로·금천 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강남·서초에는 118개(27.1%)가 들어섰다.

두 지역만 놓고 보면 신흥 벤처 1번지가 원조 벤처 1번지를 추월한 셈이다.

이에 비해 성동 도봉 강동은 신설 벤처기업이 각각 1개에 그쳤다.

또 강북 광진 동작 중랑 중구는 각각 3개의 벤처기업이 문을 열었고 강서 관악 노원 성북 동대문은 4∼8개가 새로 문패를 달았다.

은평구는 되레 작년 3월 말의 6개에서 5개로 1곳이 줄어들었다.

강남은 창투사,구로는 아파트형 공장이 강점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을 맡는 창업투자사(신기술사업금융사 포함)는 모두 121개.이 중 서울에 본사를 둔 곳은 106개이고 그 중에도 강남·서초 지역이 85개나 된다.

반면 영등포(10개),종로(6개),광진(2개),송파(2개),중구(1개) 지역 외 나머지 지역에는 창투사가 한 곳도 없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우량 벤처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강남지역에 본점을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에 각종 혜택(세제 및 임대료 등)이 주어지는 벤처기업집적시설(벤처빌딩)도 전체 22개 중 8곳(36.4%)이 강남·서초 등 강남지역에 있다.

반면 벤처기업이 몇 개 안되는 은평 강북 도봉 강동 중랑 지역은 벤처빌딩이 아예 없다.

구로·금천지역은 제조 분야 벤처기업에 중요한 아파트형 공장이 벤처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서울에서 가동 중인 아파트형 공장 91개 중 절반이 넘는 57개가 구로·금천구에 몰려있다.

특히 현재 서울에서 건축 중인 아파트형 공장 27개도 14개가 구로·금천지역에 있어 앞으로 이 지역의 벤처기업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우림이비즈빌딩(구로동)에 입주해 있는 한 벤처기업 대표는 "앞으로 구로지역이 국내 최고의 벤처타운으로 부상해 한국의 벤처산업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