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장애인은 물론이고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나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팔 다리 없는 장애인으로 태어났으나 세계적인 구족화가 겸 사진작가가 된 영국 여성 앨리슨 래퍼(41).

그의 한국방문을 앞두고 자서전 '앨리슨 래퍼 이야기'(노혜숙 옮김,황금나침반)가 번역돼 나왔다. 그는 오는 23~30일 아시아과학인재포럼 초청으로 방한할 예정이다.

그는 이 책에서 양팔이 없고 다리가 짧은 기형으로 태어나 생후 6주 만에 버림받고 장애인 보호시설에 맡겨졌던 암울한 유년기부터 지난해 세계여성 성취상을 수상하고 대영제국 국민훈장까지 받으며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난 얘기를 들려준다.

그는 17세 때 미술공부를 시작해 1994년 학사학위를 따고 22세에 결혼했으나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2년 만에 이혼했다. 1999년 임신을 하게되자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산을 선택해 건강한 남자아기를 낳았다. 스푼을 입에 물고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등 어머니 역할도 훌륭하게 해냈다. 그 아이는 지금 6세의 건강한 개구쟁이 소년이다.

임신 9개월째인 지난해 가을에는 영국 현대미술가 마크 퀸에 의해 '임신한 앨리스 래퍼'라는 5m짜리 조각 작품이 트래펄가 광장에 전시돼 더욱 유명해졌다.

앨리슨은 자신의 벗은 몸에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조각같은 영상을 만들어내며 '장애인의 몸도 비장애인의 몸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자신의 몸을 밀로의 비너스를 닮은 '현대판 비너스'라고 자부하게 되기까지 래퍼가 남몰래 흘린 눈물,사랑과 방황의 세월이 감동적으로 펼쳐져 있다.

240쪽,9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