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미지 정치 뛰어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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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형 < 서울대 교수.공법학 >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랏빛을 내세웠다.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의원도 질세라 녹색을 부각시켰다. 경쟁자들은 발끈했다. '또다시 이미지 선거로 민의를 왜곡한다''연예인 행사 같다'며 힐난했다.
이번 선거는 '이미지 대 콘텐츠'구도라 하고,'얼굴이 아니라 실력,말이 아니라 땀,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신랄한 반박이 나왔다.
현대 정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지 정치'이다.
대중정치,매스미디어 정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상징이나 로고 등 이미지와 외모,색깔이 위력을 발휘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란색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포토제닉' 정치인들의 성공담은 또 얼마나 즐비한가.
강 후보는 아마도 이 '이미지 정치'를 정면에서 태클해 선거캠페인의 주공으로 삼은,특이하게도 보랏빛을 내세운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나오는 색,분열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찾자는 퍼플오션'의 이미지로 서울의 안과 밖,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 등 사회 곳곳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컨셉트'는 멋졌다.'강남 강북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강금실표 보랏빛 이미지는 사실 좀 어려운 색깔이다.
색깔보다는 '퍼플오션'이란 개념이 너무 어렵다. 화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이 훨씬 쉬울 뿐 아니라,섞어서 화합한다는 아이디어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반면 오 후보가 내세운 녹색은 그런대로,비단 정수기 광고 덕이 아니더라도,시민활동가로서의 클린 이미지를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한다.
다만 색깔 자체가 낫다기 보다는 외모에서 오는 호감이나 신뢰감,축적된 이미지 자산 등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이미지 정치에 대한 가장 주된 비판은 정책의 빈곤,그리고 정책선거가 아니라 인기투표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미지 공황으로 인한 정치적 재난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다른 맥락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왜 그렇게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는지,이유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현실정치에 이미 식상한 유권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보 개개인의 참신한 이미지와 상징만큼 효과적인 대안은 없다.
대중들은 후보들의 정책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볼 수고를 할 만큼 한계효용을 느끼지 못한다.
연예인 동원이나 선정적인 팸플릿,외모나 패션,색깔 같은 시각적·감성적·직관적 요인들이 호소력을 갖는 것은 바로 유권자들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금도'를 지키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에 집착하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배반의 숨은 그림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세계인 알을 깨고 나가야 하는 아프락사스의 새와 같은 운명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모태를 파괴해야 산다는 역설적인 처지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친정을 공격하거나 반역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유한 이미지 화법을 택한 것이다.
보랏빛이나 녹색 모두가 바로 기성 여당이나 야당과 거리를 두겠다는 결심의 소산이다.
기성정치의 진부한 후계자 이미지와 겹치는 순간 이들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폐단은 많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미지 정치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미지 정치의 대두를 가져온 원인을 제공한 유권자 개개인이 각성하는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 스스로 단기적으론 별 편익이 없을지라도 장기적인 공익을 생각해서 각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시점,선관위나 언론,그 밖의 모든 사회적 공기들이 합심해서 정치적 관심과 투표율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랏빛을 내세웠다.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전 의원도 질세라 녹색을 부각시켰다. 경쟁자들은 발끈했다. '또다시 이미지 선거로 민의를 왜곡한다''연예인 행사 같다'며 힐난했다.
이번 선거는 '이미지 대 콘텐츠'구도라 하고,'얼굴이 아니라 실력,말이 아니라 땀,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신랄한 반박이 나왔다.
현대 정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지 정치'이다.
대중정치,매스미디어 정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상징이나 로고 등 이미지와 외모,색깔이 위력을 발휘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란색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포토제닉' 정치인들의 성공담은 또 얼마나 즐비한가.
강 후보는 아마도 이 '이미지 정치'를 정면에서 태클해 선거캠페인의 주공으로 삼은,특이하게도 보랏빛을 내세운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나오는 색,분열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찾자는 퍼플오션'의 이미지로 서울의 안과 밖,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 등 사회 곳곳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컨셉트'는 멋졌다.'강남 강북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강금실표 보랏빛 이미지는 사실 좀 어려운 색깔이다.
색깔보다는 '퍼플오션'이란 개념이 너무 어렵다. 화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이 훨씬 쉬울 뿐 아니라,섞어서 화합한다는 아이디어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반면 오 후보가 내세운 녹색은 그런대로,비단 정수기 광고 덕이 아니더라도,시민활동가로서의 클린 이미지를 비교적 명료하게 전달한다.
다만 색깔 자체가 낫다기 보다는 외모에서 오는 호감이나 신뢰감,축적된 이미지 자산 등에 힘입은 측면이 강하다.
이미지 정치에 대한 가장 주된 비판은 정책의 빈곤,그리고 정책선거가 아니라 인기투표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미지 공황으로 인한 정치적 재난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다른 맥락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왜 그렇게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는지,이유를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현실정치에 이미 식상한 유권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보 개개인의 참신한 이미지와 상징만큼 효과적인 대안은 없다.
대중들은 후보들의 정책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볼 수고를 할 만큼 한계효용을 느끼지 못한다.
연예인 동원이나 선정적인 팸플릿,외모나 패션,색깔 같은 시각적·감성적·직관적 요인들이 호소력을 갖는 것은 바로 유권자들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금도'를 지키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정치에 집착하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배반의 숨은 그림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세계인 알을 깨고 나가야 하는 아프락사스의 새와 같은 운명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모태를 파괴해야 산다는 역설적인 처지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친정을 공격하거나 반역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유한 이미지 화법을 택한 것이다.
보랏빛이나 녹색 모두가 바로 기성 여당이나 야당과 거리를 두겠다는 결심의 소산이다.
기성정치의 진부한 후계자 이미지와 겹치는 순간 이들의 정치생명도 끝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폐단은 많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미지 정치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하나뿐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미지 정치의 대두를 가져온 원인을 제공한 유권자 개개인이 각성하는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 스스로 단기적으론 별 편익이 없을지라도 장기적인 공익을 생각해서 각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판단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시점,선관위나 언론,그 밖의 모든 사회적 공기들이 합심해서 정치적 관심과 투표율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