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재 전체 전력생산량의 40% 수준인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국제원자력안전위원회(INSAG)가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공동으로 19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한 '원자력안전 국내외 전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을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동안 핵확산에 대한 우려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도 원자력의 필요성을 최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리처드 미저브 INSAG 위원장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원자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도미히로 다니구치 IAEA 사무차장

최근 원자력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크게 확산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원자력 발전량이 650만kw인데 이를 2020년까지 6배 수준인 4000만kw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은 아직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에 불과해 이보다 더 늘릴 가능성도 크다. 인도도 현재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이 연간 330만kw 정도지만 2020년까지 이를 10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외에 일본,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원자력 발전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저브 위원장

미국도 최근 원자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정치권에서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0년간 핵연료 재처리를 안했으며 다른 나라가 재처리를 하는 것도 막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자력 재처리에 대해 점차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강창순 서울대 교수(INSAG 위원)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이다. 이를 6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원자력의 장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첫째,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둘째,원자력은 에너지 비축효과가 매우 크다. 국가 비상시에 대비해 수년 분의 연료를 쉽게 비축할 수 있다. 셋째,원자력은 석탄 석유 가스 및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원자력을 중유나 천연가스로 대체할 경우 30~35% 정도 단가가 인상돼 연간 60억달러가량을 에너지 구입에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 넷째,원전은 지구온난화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다.

◆미저브 위원장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원자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사람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기후변화를 해결할 방법은 원자력뿐이기 때문이다.

◆다니구치 사무차장

원자력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원자력 발전의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원자력이 국민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원자력의 안전성은 1990년대 말 이후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성에 대해 만족해서는 안된다.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 또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자료를 개방하고 투명성을 유지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저브 위원장

미국은 원자력의 안전성을 향상시켜 경제적인 이득까지 얻고 있다. 1980년대에는 원자력의 안전성이 낮아 가동률이 60%밖에 안됐는데 90년대 이후 안전성이 높아지면서 가동률이 90% 이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가동률 향상으로 인한 이익은 안전성을 보완하는데 사용돼야 할 것이다. INSAG의 주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INSAG는 세계 각국의 원자력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비상정지하는 횟수나 이용률,작업종사자와 일반인에게 내뿜는 방사선 등 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체크하고 있다. 또 새롭게 만들어지는 발전시설에 대해서도 감시하고 있다.

◆강 교수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률이 지난 10여년간 90% 이상에 달했다. 이들 발전소는 사회적 허용위험도의 0.1% 미만으로 설계됐다. 최근 개발이 완료된 신형원전 'APR1400'과 중소형다목적원자로 'SMART'는 안전성 뿐만 아니라 경제성에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나다. 그동안 방폐장 건설이 이슈화가 된 것은 국민의 거부감 때문이었지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니구치 사무차장

한국은 원자력 발전에 있어 아시아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짓기 위해서는 한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다. 미국은 최근에 원자력 발전소를 거의 짓지 않아 설계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저브 위원장

원자력의 안전성 확보와 평화적인 이용 확산은 결국 미국 한국을 포함해 세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문제다. INSAG도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