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글로비스 보유 주식을 모두 사회에 환원키로 함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글로비스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의선 사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중 1개사의 지분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정 사장은 현재 이들 3개사에 대한 지분이 거의 없는 상태다.

정 사장은 기아차 지분만 1.99%를 갖고 있을 뿐 현대모비스 주식은 전혀 없고 현대차 보유주식은 6445주로 지분율이 0.01%에도 못 미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기아차를 38.7%,기아차가 현대모비스를 18.2%,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14.6% 보유한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지분 구조 때문에 정 사장은 글로비스 상장차익 등으로 기아차 지분을 조금씩 사들여왔다.

정 사장이 기아차를 책임지고 있는 데다 3개사 중 기아차 주식이 가장 싸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글로비스 지분 일부와 본텍 주식을 판 대금으로 기아차 지분을 사들였다.

그러나 이번 글로비스 보유 주식 사회 환원에 따라 이 같은 방식의 승계 구도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정 사장이 글로비스 외에 비상장 계열사인 엠코(25.1%) 이노션(40.0%) 위스코(57.9%) 등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정당한 세금을 내고 정 회장이 보유 지분을 정 사장에게 증여하는 방식이 유일하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증여세를 물고 승계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