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쌀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는 까닭에 국제 미곡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대규모 기계화 영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외국의 쌀시장 개방에 적극적이어서 연방정부와 상대국을 겨냥한 로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캘리포니아는 우리와 인연이 깊다.

보릿고개 시절 미국의 원조용 쌀은 캘리포니아산(産)이 많았고,70년대 쌀 로비로 미국 조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코리아게이트도 이 곳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즐겨 먹는 차지면서 기름기가 반지르르하게 흐르는 자포니카쌀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찰기와 수분이 적고 푸석푸석한 인디카종,흔히 말하는 안남미(安南米)와는 다르다.

캘리포니아에서 자포니카쌀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들어서면서였다.

'워터리뷴'이란 품종이 처음 새크라멘토 지역에 보급됐고 이어 동양인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재배면적 역시 급속히 늘어났다고 한다.

밥쌀용으로 국내에 들어와 엊그제부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칼로스(CALROSE)도 생산지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의 장미'라는 뜻을 가진 칼로스는,1958년 처음 선보인 이후 품종개량을 거듭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제는 더욱 미질이 좋다고 하는 '칼펄'도 생산되고 있다.

칼로스쌀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이민자들이나 여행객들이 간간이 호기심으로 들여왔고,때로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칼로스쌀이 식탁에 올려지기도 했다.

미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싸다느니,영양이 어떻다느니 하며 실제보다 부풀려져 입소문이 많이 난 쌀이기도 하다.

쌀 관세화가 유예되면서 어쩔 수 없이 수입하는 최소물량의 쌀이라고는 하지만 농민들의 시름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쌀의 질도 획기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미국산 외에 중국 호주 등지에서 자포니카 계통의 쌀이 수입된다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판단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