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사전준비를 끝낸 양국이 잇따라 협상이 교착될 경우 결렬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지난 18일 협상분과 구성에 최종 합의하고 6월5일 1차 본협상을 하기로 한 상태다.

웬디 커틀러 FTA 협상 미국측 수석대표는 19일(미국시간) 워싱턴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다이얼로그(GBD)와 한국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최한 '한·미 FTA 토론회'에서 "협상 데드라인이 중요하지만 단지 이를 맞추기 위해 목표를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미 의회가 미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7월1일 종료되는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내년 3월 말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7일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마지노선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일 FTA 협상처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었다.

양국 고위층의 이 같은 강경발언은 일단 6월 본 협상을 앞두고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특히 커틀러 대표의 발언은 '우리도 급할 게 없다'는 식으로 전날 김 본부장이 마지노선을 언급했던 데 대한 직접적인 반격으로 보인다.

양국은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서도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다.

이날 토론회에 미 의회를 대표해 참석한 상원 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의회의 최대 관심사는 쇠고기와 자동차"라고 전제한 뒤 "특히 쇠고기 문제는 미 의회에 많은 우려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FTA협상 한국측 수석대표도 이날 뉴욕주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문제를 FTA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은 미국이 그동안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한국측이 이를 고집할 경우 FTA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누누이 밝혀온 문제다.

김 대표는 "원산지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만 따질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사전준비협의에서 △농업 △금융서비스 △무역구제 등 17개 협상분과로 나눠 협상키로 합의했으며 6월5일 워싱턴 첫 협상을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김현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