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2차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조짐이다.

지난해까지 옛 한국투신 LG증권 등 대형업체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데 이어 이번엔 주로 중소형주 사이에 짝짓기 시나리오가 한창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 난립을 막고 증권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퇴출이 자유롭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증권이 최근 부동산업체인 한주흥산으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고 있다. 서울증권은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있다. 여기에 한양증권의 경우 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란 설이 증권가에 나돌고 있다. 이 증권사의 최대주주는 한양학원 원장인 김연준씨로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총 지분율이 42.9%에 달한다.

김씨는 이달 7일 개인 보유지분(12.44%) 가운데 7.86%(100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매각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외국계 펀드인 JF애셋이 6% 이상 지분을 취득하는 등 외국인이 한양증권 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수 합병(M&A) 재료 부각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주주 지분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도 그룹의 금융 부문 강화 전략에 따라 이미 오래전부터 증권사 추가 인수를 추진해오고 있다. 태광그룹은 증권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올초 증권중개회사인 피데스증권(현 흥국증권)을 인수한 후 증자를 통해 종합증권사로 키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추가 증권사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부국증권도 2대주주인 리딩투자증권이 최근 지분을 일부 매각했지만 여전히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리딩투자측은 지난해 브릿지증권 인수가 실패로 돌아간 뒤 쌍용화재와 영창악기 인수 추진에 따른 자금 확보 차원에서 부국증권 지분을 일부 매도했지만 아직도 증권업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

한때 매물로 나왔던 SK증권의 경우 SK네트웍스가 정상화됨에 따라 그룹에 잔류키로 방침이 사실상 정해지면서 타 증권사 인수를 통한 대형화를 장기 과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신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라 증권업 전망을 좋게 본 비금융업체들이 잇따라 증권업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중형 증권사들도 통합법을 앞두고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