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간을 웃도는 힘겨운 수술을 견뎌낸 불운의 '라이언 킹' 이동국(27.포항)은 마취에서 갓 깨어난 희미한 정신 속에서도 오직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오전 7시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월드컵 공식 지정병원인 프랑크푸르트 '베게 운팔 클리닉(BG Unfall Klinik)'에서 A. 예거 박사의 집도로 시작된 이동국의 파열된 오른쪽 무릎인대 제거 수술은 오전 10시20분에 끝났다.

에인전트인 이영중 이반스포츠 사장은 운팔 클리닉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취에서 깨어난 이동국이 한 첫 물음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수술 잘 됐나요'였다"며 "수술을 집도한 예거 박사로부터 성공적인 수술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수술을 마친 뒤 초췌한 얼굴로 침대에 실려 수술실 밖으로 나온 뒤 부인 이수진씨가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가운데 507호실로 옮겨졌다.

수술실을 나온 이동국의 표정은 마취가 덜 풀린 데다 왼 손등에 꽂은 링거 바늘이 아픈 듯 피곤해 보였지만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젖은 모습이었다.

이영중 사장은 "수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날 이동국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동국이 비록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됐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오뚝이처럼 다시 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2년 월드컵에서 못 뛰었던 이동국이 그동안 받은 팬들의 사랑을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골로 보답해주고 싶어했다"며 "무릎부상으로 다시 한번 좌절을 맛보고 그동안 맘 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동국이 현실을 인정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며 "한층 더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동국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운팔 클리닉에서 퇴원한 후 바로 스포렉 재활센터에서 재활치료에 들어가게 되며 빠르면 6개월 이후에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