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보다 더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21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적정 금리 수준과 환율 중 어디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의 질문에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는 실물경제 활동이 그런 대로 괜찮은 수준이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이 통화정책 선택을 속박할 정도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가장 불확실한 변수 중 하나로 환율을 꼽은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취임식 이후 내놓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콜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일방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듯 5월 콜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자신의 표현 기법이 서툴렀거나 시장이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며 "콜금리 인상 여부는 매월 금통위가 열리는 시점에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연구소들이 하반기 경기하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경기회복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하반기 들어서는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 있지만 경기가 후퇴하는 건 아니다"며 "경기는 하반기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의 큰 흐름 때문에 환율이 움직이는 걸 중앙은행이 되돌리긴 어렵다"면서도 "현재 환율 수준이 우리 경제나 기업들에 버거운 수준까지 가까워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지방 선거를 겨냥해 현재 은행에만 허용하고 있는 자기앞수표 발행 권한을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자기앞수표는 지급 청구를 하면 반드시 현금으로 교환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새마을금고 등은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이 총재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인 한은이 아무 역할을 못 했다"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추궁에 대해서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인해 한은이 손해를 입은 게 있다면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하지만 아직 뭐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