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제일은행을 되팔아 1조1800억원의 차익을 챙긴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제일은행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한 지 1년 만이다.

23일 과세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지난 10일 서울 SC제일은행 본점 12층에 위치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에 들어가 회계장부 등 관련 서류를 영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를 영치했다는 것은 일반조사가 아닌 심층조사를 의미한다.

뉴브리지에 대한 세무조사는 7일 이주성 국세청장이 국회 답변에서 "뉴브리지에 대한 과세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 과세 논란이 최근 불거지면서 '원조 먹튀' 논쟁을 불러일으킨 뉴브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세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과세하려면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가 고정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확보해야 하는데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판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서류를 국내에 남겨놓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제일은행 매각이 해외에서 외국계 자본 간에 이뤄진 데다 매각대금도 국내에 남아있지 않아 과세를 결정하더라도 채권 확보가 어려워 실제로 세금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브리지는 1999년 말 제일은행 지분 48.56%를 5000억원에 산 뒤 2005년 4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해 5년 만에 1조1800억원(환차익 300억원 포함)의 이익을 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