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세자매 살해사건' 등 8건의 강도살인.상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 로 정모(37)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전 5시께 봉천8동 김모(55)씨의 단독주택 2층 작은방에서 잠을 자던 김씨의 세딸이 머리 등을 둔기에 맞아 숨지고 방안 이불 등에는 불이 난 바 있어 경찰이 그동안 범인을 추적해 왔다.

경찰은 "22일 오전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있었던 강도사건의 용의자 정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를 진행하던 중 그로부터 `봉천동 살해사건 등 8건의 강도 및 살인사건을 저질러 5명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22일 범행에 사용한 둔기가 봉천동 사건 등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하고 봉천동 살해 현장에서 발견됐던 장갑 역시 정씨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점에 주목하고 정씨를 봉천동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동기 등을 캐고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봉천동 세자매 살해사건 외에 작년 4월18일 금천구 시흥동, 같은해 10월9일과 19일 관악구 봉천동에서 각각 발생한 다른 강도사건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직장도 못구하고 결혼도 못해 화가 나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어진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둔기로 머리를 가격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상해를 입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강도행각을 벌이려고 가정집에 침입했다가 현금이나 귀금속이 없으면 둔기로 머리를 가격하는 방법으로 살인이나 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2004년 발생했던 서울 서남부지역 미제 살인사건 6건 중 일부 범행에도 연루됐거나 이밖에 추가범행 사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씨는 22일 새벽 4시45분께 영등포구 신길동 김모(47)씨의 반지하집에 침입해 강도행각을 벌이다 집주인 김씨와 격투 끝에 붙잡혔다.

당시 정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연행되던 중 도주했다 20m 가량 추격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