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가수 존 레넌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의 노래 '이매진(imagine)'을 부르면서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

바로 특허 제도가 없는 세상이다.

특허권을 주장하는 사람도,특허를 둘러싼 소송도 없다면 유용한 발명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특허 제도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모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정부는 특허 관련 법률을 제정해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주고 그 권리를 보호해준다.

정해진 기간 동안 특허권자의 허락없이는 어느 누구도 그 아이디어를 도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특허 제도를 담당하는 관리들은 자신들의 재량으로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사람이 독점적으로 그 아이디어로 인한 금전적 가치를 차지할 수 있게 보장해준다.

이 때문에 특허권을 둘러싼 갈등과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기술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이 같은 분쟁이 많다.

만인이 만인에 대해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IT 부문에서의 특허 다툼은 서로의 특허를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텔이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업체들과 벌인 특허 전쟁은 거의 전설적이다.

AMD 인터그래프 등이 인텔의 전쟁상대였다.

여러 업체가 물고 물린 경우도 있다.

애플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래픽 관련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제록스는 애플컴퓨터가 자사의 기술을 훔쳤다고 특허 소송을 냈다.

이 밖에 모토로라와 퀄컴은 무선통신 기술을 놓고 전쟁을 벌였고 코카콜라와 P&G는 과일주스 관련 특허 분쟁을 겪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특허 제도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1952년 제정된 특허법은 법원이 특허권 침해자에게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명령(injunction)'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 이후 법원이 금지명령을 계속해서 결정하면서 이제 특허 소송에서 금지명령은 거의 자동적으로 부과되는 '내려야 하는' 것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특허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그것을 이용한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이를 이용해 사업에 성공하면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e베이와 중소 네트워킹 시스템 개발회사 머크익스체인지간 특허 분쟁이 대표적이다.

2001년 9월 머크익스체인지는 e베이의 핵심 서비스인 '즉시 구매(Buy It Now)'가 자사의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e베이는 고의적인 특허 침해 혐의를 부인하면서 머크익스체인지가 사업화 의지없이 특허권만을 유지하다가 큰 돈을 받아내려 한다고 맞서왔다.

이 문제는 미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론이 날 것이다.

대법원이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만 치중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기를 기대한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논설위원인 홀먼 젠킨스가 최근 WSJ에 'What's Good About Patent Wars'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