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

일본의 독도부근 어로 탐사 계획으로 촉발된 한·일간의 긴장은 외교교섭이 타결됨으로써 일단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

한국은 6월에 해저 지명등록을 하지 않는 대신 지명등록이 '권리'에 해당된다는 부분을 살려두고,일본은 6월30일까지로 예정된 수로 측량은 하지 않는 대신 그 이후 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두는 선에서 타협했다.

일본측은 이번에 6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탐사를 중단한 것으로 그 이후에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측도 지명 등재를 적절한 시기에 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일 양국의 이번 합의는 현재 한·일 관계의 긴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한 미봉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외교교섭의 성과를 둘러싸고는 항상 명분론이 앞선다.

특히 일본과의 외교 교섭에서는 독도를 둘러싸고 어떠한 타협도 용납할 수 없다는 명분론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쉽다.

명분론자들은 이번 협상의 성과에 대해서도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면서 일본의 국제 명분 축적에 한국이 이용당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독도영유권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는 신한·일어업협정을 폐기해야 하며 독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어떠한 외교 타협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교섭의 성과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론자들은 한·일간의 정치적 상황을 간과하거나,이것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무시하곤 한다.

예를 들어 당장 신한·일어업협정을 폐기하면 생길 정치적인 파장과 경제적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명분론자들이 주장하는,영유권과 주권에 대한 문제는 타협을 할 수 없으며 단호해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실력 행사를 염두에 둔 강경한 대응책이 오히려 일본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꼴이 되기 쉽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한국의 강경론이 의도와 관련없이 일본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면 외교적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 외교 협상은 한·일 긴장을 막기 위한 봉합 수준이었으며,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이번 한·일 외교 교섭은 독도가 분쟁지역이 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정치권이 이전과 달리 한국과의 관계에 할 말은 하겠다는 국익 우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앞으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일상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월부터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이 진행되면 교섭이 난항에 부딪칠 때 한·일 관계는 냉각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외교교섭이 봉합 수준에 그쳤다면 또다시 터질 한·일 갈등을 준비하는 다양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 내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 봄직하다.

현재처럼 청와대가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서는 정책의 선택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와대도 강온 전략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동북아 역사재단 법안을 하루빨리 성사시켜 대일정책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기구를 설립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와 현업 부처는 항상 일상적인 현안에 매몰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은 불가능하다.

이점에서 독도의 국제적인 분쟁을 대비해 국제 홍보와 자료 축적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는 일본 정치권 내의 합리주의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지금처럼 독도를 통해 한·일 갈등을 지속시키는 것은 일본에도 부정적이라는 측면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항상 상대방을 읽고 그것에 맞는 대응을 하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