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의 제조·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자 기술 소프트웨어 등의 국가간 이동을 제한하는 제도인 이른바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이후 더욱 엄격한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소식이다(한경 4월24일자 4면). 최근에는 이란 핵 문제로 국제정세가 불안하고 테러 위협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 감시가 더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그 어느 때보다 수출업계의 주의(注意)가 요망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수출관리규정이 2004년에 이미 대폭 강화됐다는 사실을 업계는 숙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산 상품의 수출 또는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가 10% 이상 포함돼 있는 외국산 제품을 테러지원국 또는 우려국가에 수출할 경우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5년간 미국으로 수출이 금지될 뿐만 아니라 별도의 벌금에다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작년 6월부터는 미국내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까지도 내릴 수 있게 됐다. 잘못하면 기업은 파산(破産)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문제는 대기업들조차 자신이 수출하는 제품이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수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68개 조사대상 기업중 71%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나 개성공단 문제 등은 전략물자 관리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성질의 사안들이다. 자칫하면 경제협력과 개성공단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유념(留念)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다.

기업들은 가능하면 전담조직을 갖추어 보다 철저한 전략물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협회 등의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홍보를 강화하면서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수 있는 절차 등을 마련하고,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