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7층 채동욱 수사기획관실은 하루에 두 차례 기자들로 북적인다.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브리핑 시간이면 어김없이 5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기획관실로 몰려든다.

중수부의 수사 소식을 독점 제공하는 '뉴스 공급원'이 수사기획관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그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말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려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벌써 한 달째 이런 브리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수사기획관을 맡고 있는 채 기획관의 화법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수사 상황을 표현할 때마다 등장하는 절묘한 비유법 때문이다.

그의 단골 용어는 '트랙(track)'과 ' 밥'이다.

채 기획관은 지난달 29일 "수사가 김재록씨 로비 의혹을 중심으로 한 '원(one) 트랙'에서 현대차 비자금 의혹이 더해져 '투(two) 트랙'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채 기획관은 몇 개의 트랙인지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수사가 여러 갈래로 이뤄지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현대차 압수 때 벼를 수확했다고 표현했다면 론스타 수사는 이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단계다."

그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2003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자문사였던 엘리어트홀딩스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됐던 지난 7일 수사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론스타 수사는 현대차 사건과 달리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채 기획관은 이날 현대차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밥을 짓는 단계지 아직 뜸들일 단계는 아니다"며 현대차그룹 핵심으로 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재치있는 농담으로 넘기는 것도 채 기획관의 장기다.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 압수수색에서 나온 CD(양도성예금증서) 추적이 잘 되느냐는 질문에 "CD플레이어 말하시는 거죠"라는 썰렁한 농담으로 받아치기도 했다.

또 "(론스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이메일 분량이 몇 기가(GB·기가바이트)나 되느냐"고 묻자 "기가 막힐 정도로 많다고 해서 기가입니까"라며 기자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이처럼 수사기획관은 대선자금 수사,옷로비,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검의 '입' 역할을 한다.

수사기획관은 검찰총장을 꿈꾸는 검사가 거쳐야 할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일선 지검의 차장검사급이지만 대검의 특수 수사를 총괄하는 위치여서 그 위상은 더 높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이종왕 삼성 법무팀 사장 등 유명인사들이 수사기획관을 거쳐갈 정도로 검찰 내부의 요직이다.

정인설·김현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