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 1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를 놓고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기술(IT)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똑같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선방했다'는 평을 듣는 반면 세계 1위 기업인 인텔은 '최악의 성적을 냈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24일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작년 4분기 대비 10∼15% 줄었다.

삼성전자(반도체총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31% 줄었고 하이닉스도 매출 13%,영업이익 30% 감소했다.

인텔은 1분기에 매출 89억4000만달러(약 8조4930억원),영업이익 17억달러(약 1조61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2%,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1%가량 하락한 12억2500만달러(1조1637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마이크론은 그러나 영업이익의 경우 인텔로부터 낸드플래시 기술이전에 대한 대가로 2억3000만달러를 받아 전 분기 대비 324%나 늘어난 1억8720만달러(1778억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업체마다 실적부진으로 고전했지만,1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우 실적부진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D램과 낸드플래시 호조에 힘입어 각각 26%,25%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에 비해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텔은 PC성장률 둔화에 따른 여파로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32%에서 19%로 급전직하했다.

마이크론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4%에서 1분기 15%로 높아졌으나,낸드플래시 특허이전에 따른 단기적인 이익증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분기에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 업체의 2분기 이후 실적개선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분기 내내 가격안정세를 보인 D램이 2분기에는 모바일D램,그래픽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끌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인텔은 2분기에도 PC성장률 둔화로 인해 1분기에 비해 3억달러 줄어든 8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인텔은 이에 따라 올해 매출 역시 지난해(388억달러)보다 3%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론도 2분기 실적이 D램 등 제품 단가하락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에 비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달리 인텔은 PC산업 성장의 한계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시장 대응이 늦었다는 점에서 1분기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