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이 결국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 회담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올해 처음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주요 현안(懸案)들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당초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측은 북측이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송환(送還)한다면 이에 상응해 경공업이나 SOC부문의 과감한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북측은 '제도적 장벽 철폐가 우선'이라는 등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우리측에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되풀이한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함경남도 단천시의 광물자원과 한강 하구의 모래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우리측의 제안에 대해 북측이 어느 정도 관심을 보였고,오는 7월 19차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성사만 되면 남측의 자본과 기술,북측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적자원을 결합함으로써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획기적 제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6자회담과 관련한 북측의 조금이라도 진전된 입장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측은 회담복귀를 거듭 촉구했지만 북측은 '6자회담'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미국의 금융제재 철회를 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삼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여전히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이 금융제재와 6자회담을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이 금융제재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조건없이 6자회담에 복귀(復歸)하는 것일 뿐 아니라,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는 남북간 경제협력과 지원도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북측은 이런 상황을 직시해 당장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