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삼성전자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놓고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기술(IT)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똑같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았지만,시장은 실적분석을 통해 업체별로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인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선방했다'는 평가를,인텔은 '최악의 실적'이란 혹평을 듣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해서는 '무늬만 선방'이란 인색한 평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얻는 이유는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반도체총괄)는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와 31% 줄었고 하이닉스도 매출 13%,영업이익이 30% 감소했지만 두 업체는 각각 25%와 26%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이는 3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인 전분기보다는 낮은 것이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인텔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을 뿐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시장의 평가도 인색했다.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모두 좋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은 지난 1분기에 매출 89억4000만달러(약 8조4930억원),영업이익 17억달러(약 1조6100억원)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매출은 12%,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32%에서 19%로 급락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 주요 반도체 업체 중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뤘음에도 박한 점수를 받았다.

마이크론의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가량 하락한 12억2500만달러(1조1637억원)였으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24%나 늘어난 1억8720만달러(1778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 4%에서 15%로 높아졌다.

하지만 인텔에 낸드플래시 기술을 이전한 대가로 받은 2억3000만달러가 이익에 반영됐고 이 금액을 빼면 사실상 영업 적자로 돌아선다는 점에서 시장은 '무늬만 선방'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같은 1분기 전망은 2분기 이후 실적개선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호조로 2분기 전망이 밝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분기 내내 가격 안정세를 보인 D램이 2분기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끄는 데다 1분기에 30%가량 급락했던 낸드플래시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서며 수익 개선을 이룰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인텔은 2분기에도 PC 성장률 둔화로 인해 1분기에 비해 3억달러 줄어든 8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이크론도 2분기 실적이 D램 등 제품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