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검찰 수사 여파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데다 환율급락과 경쟁업체의 공세 강화 등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미국 내 판매량은 1만5616대로 작년 같은 기간(1만7724대)보다 11.9% 감소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월말까지 판매량이 3만대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작년 4월 판매량이 4만958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매가 20% 이상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월별 판매실적이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설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미국 내 판매량이 1만300대에서 8067대로 21.7% 줄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의 후폭풍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난 데다 '원고-엔저'의 이중 환율고까지 심화되면서 미국 판매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수사 이후 현대차의 해외 판매 대리점들이 주문 물량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미국 소비자들도 현대차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 수출 목표를 올초 잡았던 목표치보다 각각 3.2%와 10.0% 하향조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미국은 10%,유럽은 11%나 줄어든 수치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체코 노소비체 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의 후유증으로 현대차그룹의 해외 공장 착공식이 취소된 것은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에 이어 벌써 두번째다.

그룹 관계자는 "연이은 해외공장 건설 일정 차질로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을 지난해 20%(74만대)에서 2009년까지 46%(259만대)로 높인다는 글로벌 경영 목표를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