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사업 차질→실적 악화→주가 급락'의 악순환이 심화돼 외국계 투기자본이나 해외 경쟁업체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도 높은 검찰 수사에 따른 후유증으로 현대차그룹의 오너 지배체제가 공격받아 경영권을 통째로 빼앗기고 그룹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계 투기자본 등의 공격을 받을 경우 방어할 만한 수단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차(5.2%)와 현대모비스(7.9%) 등을 보유한 정 회장인데,그의 지배력이 약화되면 외부의 공격에 그룹 전체가 쉽게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검찰 수사 직후부터 현대차에 대한 M&A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 회장 부자가 사법처리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면 특정 외국계 펀드들이 손잡고 경영권 빼앗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경우 오너 일가를 비롯한 그룹 내부 지분이 26% 선에 불과해 46%를 웃도는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크게 열세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외국인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5.2%와 7.9% 이상만 사들이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송두리째 거머쥘 수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주식 매집 비용이 줄어들어 적대적 M&A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