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에쓰오일 회장(65)에게 또 다시 세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충남 서산의 대산단지에 3조6000억원을 들여 제2정유공장을 짓는다는 김 회장의 '마지막 베팅'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수출 정제마진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정유업계의 '이단아'

김 회장은 '갈라먹기'에 안주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에 항상 새로운 화두를 던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벌어진 '옥탄가 경쟁'과 1998년 가격 인하 논란.

1991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회장은 1994년부터 옥탄가(휘발유 이상연소를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나타낸 수치) 고급화에 나서 선발 정유업체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휘발유 고급화에 나서도록 했다.

1998년에는 기름값이 자유화되자 정유업계는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에쓰오일만이 거꾸로 가격 인하를 단행,SK㈜ GS칼텍스 등이 인상 하루 만에 가격을 내리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김 회장을 '이단아'로 폄하해왔지만 에쓰오일의 선택은 대부분 옳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곤 했다.

에쓰오일이 1997년 중유(벙커C유)를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 등)로 바꾸는 고도화 시설을 정유업계 최초로 건설하자 정유업계에서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로부터 들여오는 원유가 중유 비중이 높고 황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SK㈜ GS칼텍스 등도 지난해부터 고도화 비율을 높이기로 하고 시설 투자에 뒤늦게 나섰다.

에쓰오일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한 것에 대해서도 정유업계는 "내수 시장 점유율이 낮으니까 밀어내기로 덤핑수출하고 있다"고 조롱했지만 2003년 이후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은 더 높은 정제마진을 안겨줬고 정유업체들도 허겁지겁 수출을 늘리고 있다.

제2정유공장 마지막 승부수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지분율 35.0%)를 합작관계로 끌어들인 주역이기도 한 김 회장은 1999년 부실위기에 처한 쌍용그룹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자사주(28.4%)를 인수,계열분리와 독자생존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10년 만기의 부채 상환시기가 다가오자 아람코와의 공동경영을 조건으로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는 제2정유공장 건설 결정은 다목적 포석을 노린 김 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수요 증가에 맞춰 수출을 늘리는 동시에 자사주 매각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설명.일각에서는 롯데가 에쓰오일을 인수할 경우 김 회장이 '검증된 경영능력'을 앞세워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유화 KP케미칼 등 기존 롯데 계열사를 아우르는 '롯데 에너지화학 소그룹'의 최고경영자에 오르려 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